사순절과 말조심 - 구시화문 口是禍門 -
지금은 사순절입니다. 지난 2월 22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4월 8일 부활주일까지 (여섯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을 경건에 힘쓰며 기도와 명상으로 자신을 살피며,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기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평소와는 달리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발걸음을 교회로 옮겨 사순절 특별 새벽 기도회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에게 무엇이 달라지고 있으며, 어떻게 사순절을 뜻있게 보낼 것인가를 자신에게 물어보다가 '옳지, 이것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말조심'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이제는 실버 세대 말기에 접어들어 세상을 향한 욕심이나 정욕 같은 것은 꺼저가는 등불 처럼 살아지고 있지만, 아직 입은 살아서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을 생각없이 했다가 집안에서 큰소리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순절에는 다른 건 몰라도 한가지 만이라도 잘 해보자. 말조심하는 일에 신경을 쓰고 기도에 힘쓰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옛날부터 말에 대한 격언이 참 많습니다. '한마디 말이 천량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부드러운 혀는 뼈를 꺾는다'(잠25:15) '혀는 칼보다 무섭다' '칼에 맞은 상처 쉬 아물어도 말에 맞은 상처는 오래간다' '세치 혓바닥이 다섯 자 몸을 좌우한다.'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우리가 이미 생활 속에서 다 잘 알고 있는 말들입니다. 다만 입이란 잘 놀리면 선한 것이 되고, 잘못 놀리면 악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가정이나 친척간에나 교회공동생활에 있어서, 대개는 입을 잘 놀려서 화평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데 비해서, 입을 잘못 놀려서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임금이 종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자료로 요리를 해 오라고 했습니다. 종은 시장에 나가서 여러가지 혀를 사다가 요리를 해서 임금에게 올렸습니다. "이것이 무엇이냐?" 임금이 물었습니다. "네 이것은 혀로 만든 요리 입니다." "혀가 어째서 제일 좋다는 말이냐? "임금님, 세상에 혀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혀야말로 문명 사회의 결속물이고 진실과 이성의 기관이며 신에 대한 인간의 사랑과 찬미의 기구가 아니겠습니까?" 임금은 종의 해설을 듣고 과연 그 말이 옳다고 격찬을 했습니다. 다음 날 임금은 종에게 "이번에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자료로 요리를 해 오라"고 했습니다. 종은 다음날에도 꼭 같은 자료로 요리를 해 왔습니다. 그 때 임금님이 "아니 이것은 어제 해 왔던 제일 좋다는 그 혀의 요리가 아니더냐?" "네 그렇습니다. 임금님, 혀라는 것은 잘 놀리면 가장 좋은 것이로되고, 잘못 놀리면 투쟁과 다툼의 기구이며, 소송과 분규와 전쟁의 근원이며, 거짓과 비방과 신에 대한 불경의 도구가 되는 가장 나쁜 것이 랍니다." 이 때에 임금님은 무릎은 치면서 "과연 현명한 종이로세!"하면서 격찬을 하였다고 합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혀는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사도 바울은 타락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저희의 목구명은 열린 무덤이요, 그 혀로는 속임을 베풀며, 그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있고, 그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다"(롬4:13-14)고. 야고보서 3장에 보면, 초대교회 시대에도 이미 교회 안에 거짖된 선생들(지도자들)이 있어서 신앙생활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을 그의 서신에서 볼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馬)을 순종케 하려고 입에 재갈을 먹여 온 몸을 재어" 하듯이, (요즘 말로 표현하면) '너희 입에 지퍼를 채워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불씨가 산의 모든 나무를 태우듯이 지체 중의 작은 혀가 사람의 온 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태우는데, 그 불은 지옥의 불이라 했습니다. 말을 함부러 함으로 사람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한다는 말입니다.(약3:1-6). 예수님께서도 이에 해당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12:36-37) 했습니다. 계시룍 21장 8절에는 "...모든 거짓말하는 자들은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참여하리니 이것이 둘째 사망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가르침은 기독교뿐 아니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섬기던 불교에도 있습니다. 불가에는 '발설지옥 拔舌地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짓말하고 악한 말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그 곳에 보내는데, 거기 가면 그의 혓바닥을 길게 잡아 뽑아서 소가 밭을 갈듯이 쟁기로 그의 혀를 갈아엎으며 극심한 고통을 가한 후에 그 혓바닥을 짤라 내면 얼마 후에 다시 새 혀가 솟아나서 다시 전과 같은 고통을 가하게 되는데.그곳을 '발설지옥' 즉 '혀를 뽑아내는 지옥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입으로 범하는 죄가 얼마나 크다는 것을 여실히 인정해야할 것입니다. <구시화분 口是禍門> 중국의 전당서(全唐書) 설시편(舌詩篇)에 '구시화지문 口是禍之門'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입니다. 당나라(68-907)가 망한 후 후당(後唐 923-936) 때에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 라는 사람은 처세에 능한 사람이라,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 한 명의 임금(五朝 八姓 十一君)을 섬겼다고 합니다. 그는 난세에 처한 자신의 처세관(處世觀)을 다움과 같이 말햇다고 합니다. *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 구시하지문) *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舌是斬身刀 설시참신도) *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閉口深藏舌 폐구심장설) *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安身處處宇 안신처처우) 잠언 18장21절에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으니 혀를 잘 쓰는 자는 그 열매를 먹는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하서 성경학자 베이커는 "수다를 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벽이 없는 집과 같다. 모든 생활에서 말을 절제하면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성질을 죽이라. 남의 말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되, 너는 조금만 말하라." 혀를 바로 놀리면 죽을 사람도 살리고, 혀를 잘못 놀리면 살 사람도 죽이는 것이 바로 사람의 혀입니다. 이제 우리는 혀를 바로 쓰기 위해서 혀를 움직이는 마음을 바로 가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켜라. 그것이 바로 복된 삶의 샘이다. 남을 속이는 말은 입에 담지도 말고 남을 해치는 소리는 입술에 올리지도 말아라."(잠4:23,24) "어리석은 자는 자기 마음을 혓바닥 위에 두고, 현명한 자는 자기의 혀를 마음에 둔다."(안도의 속담) 이제 우리는 이 사순절 동안 말조심하는 경건의 훈련을 잘 해보십시다. 말이 많으면 허물이 드러나고 실수하기 쉬우나, 말을 아끼면 미련한 자라도 지혜자로 인정받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의 말씀>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말을 삼가고, 슬기로운 사람은 정신이 냉철하다. 어리석은 사람도 조용하면 지혜로워 보이고, 입술을 다물고 있으면 슬기로워 보인다." (표준 새번역; 잠 17:26, 27) 샬롬! 2012년3월4일 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