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오는 세월 - 2010년을 보내면서 -
세월은 물결 같이 흘러 또 한해의 마지막 문턱을 넘는다. 어릴 때 언제 어른이 되나 싶어 더디 가는 시간을 탓하고, 어른이라는 말을 듣던 때가 어제 같더니, 언제 이렇게 늙은이 되어 이제 쥐꼬리만큼 남은 세월 살같이 날아감을 못내 아쉬워하며 이렇게 또 한해를 보낸다. 사랑하는 친구가 이런 편지를 보냈다. "요즘 기도원으로 가는 경춘 가도를 달리다 보면 온통 산들이 잿빛으로 물들여 있다. 그렇게도 푸르름이 우거졌던 여름날의 숲은 간데 없고, 황량한 겨울 산을 바라보노라면 어쩐지 세월에 씻겨 변해 가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도 포동포동 윤기 있던 피부가 세월의 흐름 속에 잿빛으로 변해가니 이것이 정녕 인생의 유한성을 들어내는 것이리라. 앞서간 성현들이 늙어감을 탄하면서 남겨 준 글과 노래와 시들 모두가 인생의 유한성을 말하고 있으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반성하고 오는 세월을 나름대로 소망 중에 맞이하여야 하리라."(청운 김이봉) 이처럼 인생의 덧없음은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 옛날 3000 여년 전 믿음이 깊었던 하나님의 사람 모세도 인생은 한낮 티끌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인생이 1000년의 영화를 누렸다 하더라도 영원자의 눈에는 그것이 하루 밤의 경점에 불과한 것이요, 인생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인생살이는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지나가니 살같이 지나간다고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당신은 대대손손 우리의 피난처 산들이 생기기 전, 땅과 세상이 태어나기 전, 한 옛날부터 영원히 당신은 하느님 사람을 먼지로 돌아 가게 하시며 "사람아, 돌아 가라" 하시오니 당신 앞에서는 천 년도 하루와 같아 지나간 어제 같고 깨어 있는 밤과 같사오니 당신께서 휩쓸어 가시면 인생은 한바탕 꿈이요 아침에 돋아나는 풀잎이옵니다 아침에는 싱싱하게 피었다가도 저녁이면 시들어 마르는 풀잎이옵니다 홧김을 한번 뿜으시면 우리는 없어져 버리고 노기를 한번 띠시면 우리는 소스라칩니다 우리의 잘못을 당신 앞에 놓으시니 우리의 숨은 죄 당신 앞에 낱낱이 드러납니다 당신 진노의 열기에 우리의 일생은 사그라지고 우리의 세월은 한숨처럼 스러지고 맙니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 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 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 가듯 덧없이 사라지고 맙니다."(시90:1-10) 이렇게 인생의 한 평생이 빨리 지나가건만, 개중에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예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어리석은 부자'이다. 그는 많은 재물을 모았으나 가난한 이웃도, 자기를 창조한 하나님도 모르고 오직 안일과 향락에 취하여 오래 오래 살 것 같았지만, '오늘 밤'에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신도 모르고 산 어리석은 부자였다.(눅 12:20). 이런 사람에게 모세는 권면하고 있다. 나이 값을 제대로 하는 지혜를 구하라고. "누가 주의 분노의 힘을 알 수 있으며, 누가 주의 노기의 그 두려움을 알겠습니까? 우리에게 날수를 제대로 헤아릴 줄 알게 하시고 우리의 마음이 지혜에 이르게 하소서."(시90:11-12) 인간에게는 언젠가는 하나님의 심판의 날이 있으니, 날 가는 줄 제대로 알고 지혜롭게 살게 해 달라는 기도이다. "동물들은 자기의 죽을 날을 알고 준비를 한다.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조상들이 묻힌 곳을 찾아가고, 바다의 연어는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올라가 생을 마친다고 한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날수를 제대로 헤아릴 줄 알고 지혜롭게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청운 김이봉). 캐스린 히스먼 박사는 그의 저서 목회 카운셀링 입문에서 독자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나이를 셋으로 분류했다. 첫째는 청년기로써 그 특징은 체력이다. 그 나이가 절정에 이르면, 달리기 속도같은 육체적인 면에서 발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둘째는 중년기인데, 이 시기의 특징은 성숙과 자신감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이 시기에 그 직업이나 경력에 있어서 최고의 업적을 달성한다. 셋째는 노년기다. 이 시기의 특징은 경험이나 체계적 사고를 통해서 인생의 예지(叡智)에 도달하게 된다. 대개 사람은 연령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나이답지 않게 먼저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가 많다. 언제까지라도 젊었으면 하는 생각은 잘못이다. 경기를 할 시기는 이미 끝났음을 아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며, 젊은 사람들 측에 끼려고 생각하지 않는 일은 좀더 현명한 일이다. 어른이 되기를 마다하는 사람은 매력적이라기 보다 비극적이다. 청춘은 멋진 시절이다. 그러나 그것은 영속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중년기는 그 사람의 직업이나 경력에 있어서 절정에 이르는 시기이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중년으로 있었으면 하는 유혹이 살며시 스며든다. 사람은 자기가 무슨 일에나, 어느 자리에나 빠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져들기 쉽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번 손에 넣은 권력을 내놓기란 어렵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서 깨끗이 물러서는 일은 그가 그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의 일과 같이 훌륭한 일이다. 권좌에 오르게 된 실력은 권좌에서 깨끗이 물러서는 일에서 바로 평가된다. 노년에도 문제가 있다. 노인은 자기 중심이 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또 편집벽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그 때문에 남과 충돌한다면 곤란하다. 자기의 자식이나 제자가 성장한다는 것을 우리는 자칫 잊기 쉽다. 권위있는 자리에서 평등한 처지로 내려오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바른 인간 관계, 친근한 인간 관계를 지켜 나가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나이에 알 맞는 일을 하세요"라고 흔히 말한다. 참으로 우리 모두가 좋은 충고로 받아 드릴 인생의 위대한 잠언이다. 참조; 윌리엄 바클레이, 그리스도인의 365일, "자기 나이에 말 맞는 행동" P. 322 . <오늘의 말씀>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전3:11) 사랑하는 여러분! 묵은 해의 아팠던 모든 슬픔 걱정 근심일랑 다 떨쳐 버리시고 밝아오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샬롬! 2010/12/26 망년주일 아침 백호